하나은행, 배달앱 생태계 재편 기업 지원
하나은행이 배달 플랫폼에 뛰어든다 —
소상공인 수수료 문제, 금융권이 풀 수 있을까
집 근처에 10년 넘게 운영하는 국밥집이 있습니다. 사장님이 혼자 주방을 보면서 홀도 챙기는 작은 가게인데, 배달 앱 입점 이후로 오히려 힘들어졌다는 말을 들은 게 2년쯤 됐습니다. 주문은 늘었는데 남는 게 없다고 했습니다. 배달 수수료에 광고비까지 내고 나면 배달 주문이 올 때마다 오히려 손해를 보는 날도 있다고요. 처음엔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는데, 나중에 수수료 구조를 알고 나서야 왜 그런지 이해가 됐습니다. 그 사장님 이야기가 생각나서 하나은행의 배달 플랫폼 진출 소식을 더 유심히 읽게 됐습니다.
하나은행이 배달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나섰습니다. 단순히 금융 서비스를 붙이는 수준이 아니라,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배달 생태계 자체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담은 행보입니다. 금융 기관이 플랫폼 사업에 직접 참여한다는 게 낯선 그림이기는 하지만, 지금의 배달 시장 구조를 생각하면 왜 이 방향이 나왔는지는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하나은행이 이 시장에 뛰어든 배경과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으로 무슨 의미인지, 그리고 제가 솔직하게 가지고 있는 의문들을 함께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배달 수수료 구조, 실제로 어떻게 생겼을까
배달 앱 수수료가 높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소비자는 많지 않습니다. 배달 수수료는 주문 금액의 일정 비율을 플랫폼이 가져가는 방식인데, 여기에 배달 대행 비용이 따로 붙고, 앱 내 광고 노출을 위한 광고비까지 더해지면 실제 부담은 단순한 수수료 이상이 됩니다. 가게마다, 플랫폼마다 다르지만 매출 대비 15~25% 수준을 플랫폼 관련 비용으로 지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음식 한 그릇을 팔아서 25%가 플랫폼으로 나간다면, 재료비와 인건비를 제하고 나서 남는 것이 얼마나 될지는 굳이 계산하지 않아도 짐작이 됩니다.
문제는 대안이 없다는 점입니다. 배달 앱 없이 배달을 하려면 자체 앱을 만들거나 전화 주문 시스템을 따로 갖춰야 하는데, 그 비용과 노력을 감당할 수 있는 소규모 가게는 거의 없습니다. 결국 수수료가 부담스러워도 플랫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됩니다. 그 사이에 배달 앱 시장은 상위 두세 개 플랫폼이 시장을 나눠 갖는 과점 구조로 굳어졌고, 경쟁이 줄어든 만큼 수수료 협상력도 소상공인에게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이 구조 자체가 문제이고, 하나은행이 이 지점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향성은 눈에 들어옵니다.
높은 수수료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소상공인이 선택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의 수수료 협상은 협상이 아닙니다. 새로운 경쟁자가 시장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기존 플랫폼의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하나은행의 진입이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금융 기관이 배달 플랫폼을 운영하면 뭐가 달라지나
하나은행이 단순히 배달 앱 하나를 더 만드는 것이라면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시장에는 여러 플랫폼이 있고, 새로운 앱 하나가 시장을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금융 기관이 운영하는 배달 플랫폼이라면 이야기가 다소 달라집니다. 우선 소상공인에게 결제 데이터와 매출 데이터가 쌓이면, 이를 기반으로 한 신용 평가와 금융 지원이 연결될 수 있습니다.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 소규모 자영업자는 담보나 신용도 부족으로 대출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는데, 실매출 데이터가 곧 신용 근거가 된다면 금융 접근성이 달라집니다.
또한 하나은행의 기존 고객 기반과 금융 인프라를 활용한 수수료 구조 설계가 가능합니다. 은행이 플랫폼 수익을 소상공인에게 금융 혜택으로 돌려주는 방식, 예를 들어 매출 연동 저리 대출이나 정산 주기 단축 같은 서비스를 함께 묶으면 기존 플랫폼이 제공하지 못했던 가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게 단순한 수수료 경쟁이 아니라 생태계 설계의 차이입니다. 배달 플랫폼과 금융 서비스가 연결되는 구조가 잘 만들어진다면,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주문 관리와 자금 관리를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환경이 생기는 셈입니다.
"배달 앱 하나 더 생긴다고 뭐가 달라지냐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앱이 금융과 연결되어 있다면, 소상공인에게 의미하는 바가 다릅니다.
수수료를 낮춰주는 것과, 낮은 수수료 위에 금융 지원까지 얹어주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내가 주변에서 본 소상공인들의 현실
앞서 언급한 국밥집 사장님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그분이 배달을 처음 시작했을 때 주변에서 "배달 하면 매출 두 배"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주문 건수는 늘었습니다. 그런데 정산 금액을 보고 나서 다시 계산해보니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홀 손님 받을 때보다 많지 않았다고요. 거기에 포장 용기 비용, 홀이 비어 있을 때 배달 준비하는 동선 비용까지 따지면 배달이 사실상 적자 채널이 된 달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배달을 끊지 못하는 건 노출이 줄어들까봐 하는 불안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배달 앱에서 사라지면 가게 자체가 잊혀질까봐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하는 것이라고.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든 생각은, 이게 단순히 수수료 몇 퍼센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플랫폼이 만들어놓은 의존 구조 자체가 문제입니다. 소비자들이 배달 앱 검색 순위를 통해서만 가게를 찾게 되면서, 노출을 유지하기 위해 광고비를 쓸 수밖에 없고, 광고비를 쓰면 수수료 외에 추가 비용이 더 쌓이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수수료를 조금 낮춰주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하나은행이 이 구조 자체를 다르게 설계하겠다는 의도가 있는지가 이 사업의 진짜 관건이라고 봅니다.
기대만큼 드는 솔직한 의문들
방향성에 동의하면서도, 몇 가지 현실적인 우려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소비자 확보 문제입니다. 배달 앱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은 습관에서 옵니다. 이미 쓰던 앱을 바꾸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수수료가 낮아지는 혜택은 소상공인에게 가는 것이지 소비자가 직접 느끼는 혜택이 아닙니다. 소비자들이 새 플랫폼으로 옮겨오지 않으면 소상공인 입장에서도 이 플랫폼을 굳이 쓸 이유가 줄어듭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문제입니다. 하나은행이 이 플랫폼을 단순히 만드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소비자들이 쓰고 싶어지는 이유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지속 가능성 문제입니다. 수수료를 낮추면 플랫폼 입장에서는 수익이 줄어듭니다. 소상공인을 돕겠다는 취지가 좋더라도, 사업 자체가 적자를 내면 오래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하나은행이 은행 사업의 연장선에서 데이터와 금융 상품 판매로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 버틸 수 있겠지만, 그 구조가 실제로 작동하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초기에 소상공인들을 플랫폼으로 끌어들인 뒤 시간이 지나서 수익 구조를 이유로 수수료를 올리는 상황이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지금 단계에서는 없습니다.
세 번째는 경쟁 반응 문제입니다. 하나은행이 낮은 수수료를 전면에 내세우면 기존 플랫폼이 수수료를 일시 인하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와 소상공인 모두 당장은 혜택을 누리겠지만, 하나은행의 신규 플랫폼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철수하게 되면 시장은 다시 원래 구조로 돌아갑니다. 이 흐름을 막으려면 수수료 경쟁 이상의 차별화 요소가 처음부터 명확해야 합니다.
소상공인들이 새 플랫폼을 믿고 이동했다가, 몇 년 뒤 수수료가 다시 오르거나 서비스가 중단되는 상황이 오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상공인에게 돌아갑니다. '소상공인을 위한' 이름을 달고 시작한 플랫폼이 결국 같은 수수료 문제를 반복하는 것, 이걸 막을 구조적 장치가 처음부터 설계되어야 합니다.
불편한 질문들을 나열했지만, 이 시도 자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습니다. 경쟁이 없으면 구조가 바뀌지 않습니다. 하나은행이 실패하더라도 이 시도가 기존 플랫폼의 수수료 정책을 조금이라도 흔들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국밥집 사장님처럼 대안 없이 높은 수수료를 감수하는 소상공인들에게, 선택지가 하나라도 늘어난다는 것은 작은 변화가 아닙니다.